2013년 5월 17일 금요일

나의 종교

오늘은 불기 2557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우리 부모님은 절에 다니신다.
물론 나도 불교를 좋아하고 이력서 종교란에 불교라고 적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도 오늘 난 절에 갈 것 같지는 않다.
나의 종교를 불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법정스님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였을 것 같다.
형이 무소유라는 책을 알려줬다.
복원 불국사라는 한자로 시작되는 목차부터 신기했다.
그리고  本來無一物이라는 말.
수연스님 이야기.
너무나도 좋은 이야기들로 가득차있어서 읽고 읽었다.

나는 이미 어릴적부터 부모님을 따라 절에 가곤 했다.
그러면서 여러스님들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때 집에 쌀이 떨어지면 어떻게 알았냐는 듯이 쌀 한가마니 보내주셨던 스님.
고3때 왜 이렇게 어렵게 사냐고 날 울렸던 스님.
군대갈 때 춘천까지 몸소 따라가셔서 잘 다녀오라고 말씀하신 스님.
시험날 시험 잘봤냐고 한 걱정으로 음성메세지 남겨주시는 스님.
이런 스님덕에 난 너무 행복했었다.

그렇게 나는 불교가 좋아졌지만.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결국 종교는 우리가 만든 것이구나 이런 생각이 머리속을 지배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너무 많지만 그냥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법정스님이 좋아했던 말중에
'사는게 구름이 생기는 것이라면 죽는 건 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하나에 위로 받으면서.
난 오늘도 나의 종교는 불교라고 말할 수 있다.